Movie/영화

[영화] 배드 가이즈 (피에르 페리펠) : 뻔하지만 재미있는 드림웍스의 새 시리즈

웨이들 2022. 5. 17.

 

 


 

I know you think you know me
You made your own conclusion
You think that I look scary
Well, that's your own delusion
Listen when I tell you
There's more than meets the eye
So take a closer look to find a real good guy

영화 "배드 가이즈 OST - Good Tonight" 중


관람 일자 : 22. 05. 08
정보 전달이 아닌 개인적인 감상을 정리한 글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 애니메이션, 범죄, 액션, 코미디
감독 : 피에르 페리펠
출연 : 샘 록웰, 리처드 아이오아디, 아콰피나
제공사 :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개봉년도 : 2022년

 

 

배드 가이즈

작전 설계부터 금고 해제, 해킹, 액션, 위장까지 완벽한 팀플레이를 펼치는 자타공인 최고의 나쁜 녀석......

movie.naver.com

 


 

1.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1-1. 어린이날에 맞춰 개봉된 영화

 

어린이날-어버이날이 묶여있는 황금 같은 주말, 나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애초에 돌볼 어린이는 존재하지 않았고, 부모님은 나를 두고 서울로 놀러 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창 방에서 뒹굴거리던 중, 문뜩 영화관에 가고 싶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영화관에 가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극장 안에서 음식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친구와 오랜만에 방문할 극장에 설레며 함께 영화관 어플을 열었는데.... 뭐랄까... 마블에 정복된 가족의 달이었달까?

 

[영화] 배드 가이즈 (피에르 페리펠) : 뻔하지만 재미있는 드림웍스의 새 시리즈 - 1.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 undefined - 1-1. 어린이날에 맞춰 개봉된 영화
덕터 스트레인지가 1등, 배드 가이즈가 2등이긴 한데... 거의 모든 스크린을 닥터 스트레인지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에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평을 보니 "전편을 본 팬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마블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다. 그 핫했던 <어벤저스 시리즈>조차도 단 한편도 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뭔가 그 어마어마한 분량의 영화들을 다 챙겨봐야 할 것 같아 걱정하다가 결국 하나도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왠지 <닥터 스트레인지>와 <완다비전>을 봐야만 할 것 같은 찝찝함을 무시한 채로 영화관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주변 영화관은 거의 모든 상영관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투자하고 있었으므로, 내가 고를 수 있는 건 <배드 가이즈>와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이 전부였다. 그리고 평범하게 애가 없는 30대 둘이서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볼 영화는 <배드 가이즈>로 결정되었다. 

 


 

1-2. 드림웍스의 또 다른 시리즈물?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슈렉>,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등 쟁쟁한 시리즈물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다. 영화 한 편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3편까지는 나오는 회사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름 무난하게 흥행하고 있는 것 같은 <배드 가이즈>도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원작인 애런 블레이비의 <배드 가이즈>는 무려 작년 10월에 14권이 나온 장편 그래픽 노블이니 소스가 떨어질 일은 더더욱 없을 거고 말이다. 

[영화] 배드 가이즈 (피에르 페리펠) : 뻔하지만 재미있는 드림웍스의 새 시리즈 - 1.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 undefined - 1-2. 드림웍스의 또 다른 시리즈물?
번역판으로는 아직 10권까지 나왔다

 

뭔가 마블영화는 후속작들이 너무 많이 나와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보지 않으면서, 새로 볼 영화는 후속작이 나오기를 바라는 건 우습지만 솔직한 감정이다. 기왕이면 대서사시에 시작부터 함께하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작품은 후속작이 나올 만큼 재미있는 작품일까를 생각하며, 두근대는 마음으로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2. 뻔하지만 즐거운 이야기

 

2-1. 가볍고 단순한 '나쁜 녀석들' 크루

 

[영화] 배드 가이즈 (피에르 페리펠) : 뻔하지만 재미있는 드림웍스의 새 시리즈 - 2. 뻔하지만 즐거운 이야기 - undefined - 2-1. 가볍고 단순한 '나쁜 녀석들' 크루
샤크, 스네이크, 피라냐, 주인공 울프, 그리고 타란툴라

 

주인공은 울프. 그는 스네이크, 샤크, 피라냐, 타란툴라와 함께 크루 '나쁜 녀석들'로 활동한다. 이들은 동화나 영화에서 악역을 맡는 캐릭터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쁜 녀석들'을 처음부터 경계했고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나쁜 녀석들'은 어릴 적 이런 시선에 상처를 받았지만, 이제는 스스로도 이 시선들을 내면화했다. 그래서 영화 초반, 이들은 스스로가 저지르는 범죄행위를 악역으로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합리화하며, 심지어는 즐기기까지 한다.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편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영화 <주토피아>가 생각난다. 그러나 <배드 가이즈>의 세계관은 <주토피아>보다 훨씬 가볍고 허술하다. 애초에 <배드 가이즈>에는 주요 인물들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모두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들은 '배드 가이즈'가 그저 늑대와 뱀 혹인 나쁜 짓을 저지르는 범죄조직이라 무서워하고 기피할 뿐, 누구도 이 동물들이 인간 사이에 섞여서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건 '배드 가이즈'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받았던 편견도 '무섭게 생겼다'거나 '의심스럽다' 정도이지 <주토피아>의 초식동물-육식동물간의 미묘한 신경전처럼 깊은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배드 가이즈 (피에르 페리펠) : 뻔하지만 재미있는 드림웍스의 새 시리즈 - 2. 뻔하지만 즐거운 이야기 - undefined - 2-1. 가볍고 단순한 '나쁜 녀석들' 크루
모나리자를 훔치기 위해 모나리자로 변신....?한 샤크

 

이런 가벼움은 '나쁜 녀석들'이 저지르는 범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단 분명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은행강도이고 도둑질인데, 영화 속에서 이것은 악랄하기보다는 유쾌하게 그려진다. 공포의 질린 피해자의 표현도 하나같이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우며, 범죄행위로 누군가가 다치거나 불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과의 추격신도 긴박하기보다는, 위의 사진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신나는 BGM이 깔린 뒤 파티를 즐기는 것처럼 표현된다.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는 방법 또한 가볍다. 해킹을 잘하는 타란툴라는 그 기술을 '유튜브'를 통해서 배웠고, 관객들은 모두 알아채는 말도 안 되는 샤크의 변장술을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울프의 운전실력이나 스네이크, 피라냐의 몸놀림도 애초의 설명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2-2. 매력적이지만 별 내용이 없는 주변 인물들

 

영화에서 인간이 아닌 것은 '나쁜 녀석들' 크루만이 아니다. 주시자인 다이앤과 박사인 마멀레이드도 각각 여우와 기니피그이다. 다이앤은 '교활한 여우', 그리고 마멀레이드 박사는 '순진한 기니피그'라는 편견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과는 다르게 다이앤은 순진할 정도로 올곧고, 마멀레이드는 교활하고도 사악한 흑막으로서 살아간다. 그러니 이들은 편견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각각 '나쁜 녀석들'이 '착한 녀석들'이 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물들이다. 

 

[영화] 배드 가이즈 (피에르 페리펠) : 뻔하지만 재미있는 드림웍스의 새 시리즈 - 2. 뻔하지만 즐거운 이야기 - undefined - 2-2. 매력적이지만 별 내용이 없는 주변 인물들
울프와 다이엔

 

그러나 이들도 별로 이야기가 깊지 않다. 영화는 어째서 다이엔은 '교활한 여우'라는 편견을 극복하여 주시자가 될 수 있었는지, 어째서 마멀레이드는 '순진한 기니피그'에 만족하지 않고 교활하고 악랄한 일들을 벌이는지에 대해 공감 가는 이야기를 풀어놓지 못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저 다이엔은 순진할 정도로 울프를 지지하여 그의 마음을 돌리고자 하며, 마멀레이드는 황당할 정도로 이기적인 흑막이라 울프를 조종하고자 한다. 

 

[영화] 배드 가이즈 (피에르 페리펠) : 뻔하지만 재미있는 드림웍스의 새 시리즈 - 2. 뻔하지만 즐거운 이야기 - undefined - 2-2. 매력적이지만 별 내용이 없는 주변 인물들
순진한 기니피그인 척하지만 알고보니 흑막캐릭터, 하지만 관객의 시선에서는 처음부터 의심할 여지 없는 흑막이었다.

 


 

2-3. 하지만, 재미있으니 그만이지!

 

그럼에도 영화 앤딩크래딧을 보고 극장에서 나왔을 때, 이 영화의 후속작을 기대하게 되는 건 순전히 영화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세계관을 납득시키지 않고 '그저 그렇다'라고 퉁 쳐버린다.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개하기 위한 캐릭터들의 뒷내용도 과감하게 생략해버리고, 호쾌한 액션과 유머로 분량을 채운다. '나쁜 녀석들'이 받았던 편견, 다이앤과 마멀레이드가 극복해내는 과정은 물론 흥미로운 부분일 수 있지만, 경찰과의 추격신과 우스꽝스러운 탈출씬, 그리고 신나는 음악과 함께하는 파티보다 더 재미있기는 힘들다. 그래서 이 영화는 1시간 40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신나고 재미있다. 

 

[영화] 배드 가이즈 (피에르 페리펠) : 뻔하지만 재미있는 드림웍스의 새 시리즈 - 2. 뻔하지만 즐거운 이야기 - undefined - 2-3. 하지만, 재미있으니 그만이지!
나중에 '나쁜 녀석들'이 락스타로 대뷔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분량을 파티에서 노래하는 장면에 투자한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아예 전달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기피하기에 삐뚤어져버린 '나쁜 녀석들'을 진정으로 믿어주는 다이앤과, 본인들은 착한 '척'이라고 우겼지만 그 과정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칭찬과 관심에 더 이상 나쁜 짓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나쁜 녀석들'의 이야기는 그 과정에서도 충실히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조금만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맨 첫 장면만 보고도 이후에 어떤 흐름일지 눈에 선하게 보일 정도로 뻔한 스토리였다. 그러나 그렇게 뻔한 스토리이기에, 영화는 주구장창 노래하며 떠들면서도 별 어려움 없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 배드 가이즈 (피에르 페리펠) : 뻔하지만 재미있는 드림웍스의 새 시리즈 - 2. 뻔하지만 즐거운 이야기 - undefined - 2-3. 하지만, 재미있으니 그만이지!
아기고양이를 괴롭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구출하는 장면

 


 

3.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

 

3-1. 독특한 시각효과

 

[영화] 배드 가이즈 (피에르 페리펠) : 뻔하지만 재미있는 드림웍스의 새 시리즈 - 3.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 - undefined - 3-1. 독특한 시각효과
수채화 같기도 하고, 연필선이 보이기도 하는 독특한 그림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뭔가 이질적인 그림체였다. 흔한 3D도 아니고,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감성적인 2D도 아닌 개성 있는 그림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관성도 없는 게 장면마다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한 장면에서도 배경과 캐릭터들이 분리되어 표현되는 등 정말 독특한 인상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친구와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얘기가 '이미지'에 관련된 얘기일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느 정도 구멍 뚫린 세계관이라 현실적이거나 익숙한 그림체보다는 비현실적이고 독특한 그림체가 더 어울리기도 하고, 주인공들이 벌이는 나쁜 짓들이 유쾌하게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 상당히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연출들이 많이 필요했는데, 여기에 딱 어울리는 그림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배드 가이즈 (피에르 페리펠) : 뻔하지만 재미있는 드림웍스의 새 시리즈 - 3.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 - undefined - 3-1. 독특한 시각효과
앞의 '나쁜 녀석들'과 뒤의 인간 경찰은 뭔가 다른 그림체인 것 같다

 


 

3-2. 무엇보다도 신나는 사운드

 

그렇지만 <나쁜 녀석들>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신나는 사운드다. 뮤지컬 영화가 아님에도 꾸준히 노래하거나 춤추는 장면들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심지어 The Bad Guys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은 무려 34개의 트랙. 그중 3개의 트랙은 가사까지 있다! 그리고 그 3곡은 모두 신나는 노래들이다! '만약 이 영화가 디즈니 뮤지컬 영화였다면 한글 번안곡도 있었을 텐데...' 하는 소소한 아쉬움을 가질 정도로 말이다.

 

 

The Bad Guys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

music.youtube.com

 


 

4. 신나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그래서 <배드 가이즈>에 대한 내 결론은 '어린이날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영화'다. 어린이날이야 말로 편견을 가지지 말고 착하게 살자는 조금 뻔한 주제가 오히려 장점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바탕 실컷 웃고, 집에 와서 Good Tonight을 들으며 들썩들썩 대면 그만인 영화, 그러니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얼른 후속작을 만들어라!

 

 
배드 가이즈
드림웍스 최초의 범죄오락액션 블록버스터! 어디 착한 짓 좀 해볼까? 작전 설계부터 금고 해제, 해킹, 액션, 위장까지  완벽한 팀플레이를 펼치는 자타공인 최고의 나쁜 녀석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체포된다.  하지만 그들도 착해질 수 있다는 `마멀레이드 박사`의 주장으로 나쁜 녀석들은 바른 생활 갓생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이들은 다시 한번 자유의 몸을 위해 태어나 처음으로 바른 생활에 도전하게 되는데… 나쁜 녀석들의 사상 초유 바른 생활 갓생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평점
8.1 (2022.05.04 개봉)
감독
피에르 페리펠
출연
샘 록웰, 마크 마론, 크레이그 로빈슨, 안토니 라모스, 아콰피나, 리처드 아이오와디, 재지 비츠, 릴리 싱, 알렉스 보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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