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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중
관람 일자 : 22. 06. 10
정보 전달이 아닌 개인적인 감상을 정리한 글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 범죄, 액션, 코미디
감독 : 이상용
출연 : 마동석, 손석구, 최귀화
제작사 : Big Punch Pictures, Hong Film, B. A. Entertainment
개봉연도 : 2022년
범죄도시2
가리봉동 소탕작전 후 4년 뒤,금천서 강력반은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인도받아 오라는 미션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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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팝콘영화
1-1. 팝콘은 달콤팝콘
2022년 4월 25일, 코로나로 인해 불가능했던 상영관 내 팝콘과 콜라의 취식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이번엔 친구와 함께 더블콤보(팝콘2+탄산음료2)를 구매했다. 아! 팝콘을 L사이즈로 변경한 건 내가 아니라 친구다 ㅋㅋ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팝콘은 달콤팝콘이다. 물론 팝콘의 기본은 짭짤한 맛이고, 달콤한 걸 먹을 거라면 팝콘보다는 다른 과자를 먹으라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뭐랄까... 굳이 다른 음식을 사서 극장에 들어가는 건 좀 싫다. 난 어디까지나 가볍게 영화를 보며 먹을 음식이 필요한 거지, 한 상 제대로 준비하고 먹을 게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밖에서까지 바리바리 준비해서 극장에 들어가는 게 익숙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조금 어설프지만 카라멜이 잔뜩 발라진 달콤팝콘을 먹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뜬금없이 팝콘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이 영화가 지독한 '팝콘무비'이기 때문이다. 팝콘무비란 '팝콘을 먹으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어쩌면 팝콘을 먹는 게 목표가 될 수 있는 영화', 즉 영화 자체에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별생각 없이 낄낄대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뜻한다. 그래서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할 말도 별로 없다. 그렇다면 팝콘의 맛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1-2. 신나는 팝콘무비의 시대
다만 이 팝콘무비는 그냥 평범한 팝콘무비가 아니다. 벌써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넘어선, 펜데믹 이후 최초 기록을 보유한 어마어마한 영화다. 물론 '팝콘무비'는 대중성을 가지고 있기에, 팝콘무비가 천만 관객을 넘어선 건 그 자체로 놀라운 일도 아니고 예외 없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팝콘무비가 성공하지는 못한다. 결국 성공하려면 맛있는 팝콘무비여야 한다. 달콤팝콘처럼 말이다.
요즘 드라마, 웹툰, 에니메이션, 웹소설 가릴 것 없이 '팝콘무비'와 비슷한 포지션을 가진 작품들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사이다'이다. 몸과 정신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탄산음료의 대표 격인 사이다처럼, 전개가 막힘이 없고 호쾌하며 상황이 좋은 방향으로 빠르게 풀려나갈 때 우리는 '사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웃긴 것만 보고 싶을 땐 복잡하게 얽혀있는 갈등과 현실과 똑 닮은 처절함 따위 별로 보고 싶지 않으니 '사이다'는 성공적인 '팝콘무비'의 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범죄도시2>는 화끈한 '사이다'이다. 마석도는 모든 사건을 막힘없이 해결한다. 강해상이 범인임을 밝혀내는 것도, 강해상 일당의 근거지에서 암매장된 시신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베트남 공안과의 다툼이나 한국 경찰관들 간의 신경전도, 실제 사건이었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갈등임에도 불구하고 별 거 아닌 유머러스한 장면으로 처리되면서 아주 쉽게 해결된다.
그렇기에 마석도가 등장하는 순간 극의 긴장감은 사라진다. 그래서일까? 긴박한 긴장감이 흐르는 건 빌런인 강해상 주변이다. 영화는 마석도와 강해상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그리고 마석도의 시점에서는 유쾌함이, 강해상의 시점에서는 긴장감이 자리를 채운다. 물론 둘이 만났을 때 어떻게 될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강해상과 마석도는 서로를 인지함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만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화는 긴장감이 유지할 수 있다.
2. 서사는 없고, 호쾌함은 있는
2-1. 멋진 캐릭터의 비어있는 과거
가게에 인질극이 벌어지고 강력1반은 마석도를 기다린다. 마석도는 조용히 잠입하려 해 보지만 그 덩치로 인해 잠입에 실패하고, 잠입한 게 민망할 정도로 그저 강력한 힘으로 아주 쉽게 인질범을 제압한다. 그리고 와중에 힘 조절을 잘 못해서 과잉진압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고, 그에 대해서는 별 거 아니라는 듯 행동한다. 거기다 배우는 마동석. 영화가 마석도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은 이 장면이 전부다. 그러나 관객은 이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에서의 마석도라는 캐릭터에 대해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의 캐릭터들이 전형적이고 평면적이기 때문이다. 마석도는 영화 내에서 어떤 가치나 신념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극복해야 하는 트라우마나 성장 플롯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흔한 한국식 형사 영화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가족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이건 마석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막내 형사인 김상훈은 '어째서' 서울금천경찰서 강력1반에 들어왔는가, 강해상은 '어째서' 저리도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되었는가, 두익은 '어째서' 강해상과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가에 대해 영화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문제 되는 점은 없다. 왜냐하면 이들 캐릭터들 또한 아주 전형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열혈 막내 형사, 절대악의 사이코패스, 서로 신뢰하지 않는 범죄자일 뿐이다.
사실 전형적인 캐릭터는 멋이 없다. 보통 매력적인 캐릭터는 스스로의 이야기와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톡톡 튀는 캐릭터일 것이다. 그러니 자칫하다간 <범죄도시2>의 모든 캐릭터들은 매력 없는 캐릭터들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배우들이 다 매력적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이코패스 강해상은 별로 멋질 일이 없는 역할이다. 하지만 라이징스타인 손석구의 표정과 움직임만으로 순식간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극장에서 나왔을 때 '강해상'이 아니라 '손석구'가 떠오를 정도로 캐릭터보다는 배우에 의존도가 높았지만, 매력 없는 빌런이 될 바에야 그게 훨씬 낫다.
2-2. 스토리랄 게.... 중요한가?
이런 점은 영화의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구구절절한 부분뿐만 아니라 보통은 전개과정에서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부분도 제대로 들어가 있지 않다. 마석도는 어떠한 설명도 없이 갑자기 외국에서 강력1반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법원의 판결 장면은 한순간도 나오지 않으며, 결론적으로 그 범죄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밝히고 있지도 않다. 심지어 경찰인 마석도가 '진실의 방'이라는 일종의 고문을 통해 범인이 강해상임을 알아채는 장면이나, 아들 장례식장에서 손쉽게 최춘백 회장을 납치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실소가 나올 정도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런 부분들은 조금 아쉬운 부분일 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호쾌한 액션과 사이다 전개를 보고 싶은 관객들에겐 이 정도는 충분히 눈감아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대리만족이다. 사이다라는 건 결국 막혀있는 곳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순간 그 쾌감이 더 강렬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 존재 자체가 사이다인 마석도라는 캐릭터는 관객들의 어떤 답답함을 아주 시원하게 뚫어주는 것, 그것만 잘 된다면 다른 모든 것은 충분히 눈감아 줄 수 있다.
2-3. 실제론 존재할 수 없는 강력한 한국판 히어로
그렇다면 관객들에 기분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은 어디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그 부분이 "절차를 무시할 수 있는 강력함과 절대선"이라 생각한다.
사실 '진실의 방'은 개연성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도덕성에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고문이 금지되는 이유는 고문을 통해 얻어진 정보의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는 통계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인간이 존중되는 사회라는 도덕적인 이유도 있다. 그러나 관객들은 마석도가 행하는 '진실의 방'에 불쾌함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석도는 현실의 고문처럼 잔혹한 일을 벌이지 않아도 단숨에 진실을 얻어낼 수 있는 강력함을 지니고 있고, 어떤 일을 저지르더라도 그 결과가 절대로 선한 완벽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물론 악역들도 그야말로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구제불능의 악당이라는 점도 한몫할 것이다.
이 논리는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나, 베트남 현지 경찰과의 다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절차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마석도만큼의 히어로가 아니라면 두 사건 다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분명 도덕적 지탄을 받을만한 행동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웃으면서 영화를 감상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이 영화가 '팝콘무비'라는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경찰의 이미지는 절차에 꽉 막혀있고, 그다지 강력하지도 않으며, 절대선도 아니기에 답답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 영화가 마석도라는 캐릭터를 이용해 이를 시원하게 뚫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3. 이미 촬영 중이라는 3편
범죄도시는 이미 3편을 촬영 중이라고 한다. 1편과 2편이 흥행했으니 3편도 무난하게 좋은 성적을 받지 않을까 싶다. '팝콘무비'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매력적인 빌런과의 호쾌한 액션신이 준비되어 있다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테니 말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내가 3편도 극장에서 볼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 이번 작품을 극장에서 본 것에는 코로나 이후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설렘과, <범죄도시2>를 보고 싶다는 친구의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난 이런 영화들이야 말로 OTT서비스를 이용해서 집에서 편하게, 친구들과 떠들면서, 편의점에서 사 온 달콤한 과자와 함께 즐기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달콤팝콘은 맛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장에서 일 뿐이다. 그러니까... 취향의 문제랄까?
- 평점
- 8.1 (2022.05.18 개봉)
- 감독
- 이상용
- 출연
- 마동석, 손석구, 최귀화, 박지환, 허동원, 하준, 정재광, 남문철, 박지영, 이주원, 음문석, 김찬형, 이규원, 전진오, 이다일, 김영성, 차우진, 정인기, 윤병희, 박광재, 최재훈, 백승익, 우강민, 강덕중, 송요셉, 한우열, 서문호, 권혁범, 박은우, 이도은, 김이현, 허승, 이태규, 최광희, 권태호, 권지훈, 전재형, 김상욱, 전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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