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저어라 노저어라
마라도가 저기있다
지금 내려오는구나
꿈속에서 그리던 곳
배를 대고 뛰어내려
흙냄새를 맡아보자
"마라도 - 송골매" 중
여행일자 : 22. 5. 14
정보 전달이 아닌 개인적인 감상을 정리한 글입니다
1. 마라도를 향해서
1-1. 화끈하게 결정해서 꼼꼼하게 예약하기
여행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즉흥적으로 떠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만약 이번 여행에 계획을 세우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마라도를 가지 않았을 것이고, 즉흥적으로 떠나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만 있었다면 마라도를 가지 못했을 것이다.
마라도 여행은 즉흥적으로 결정되었다. 마라도로 떠나기 4일 전, '마라도 한 번 가보자!'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당탕탕 현장에서 결정되어 버렸다. 에... 그래서 마라도에 뭐가 있는지, 마라도 가서 뭘 할지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 그래도 미리 알아보고 예약한 게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마라도로 들어가고 나오는 배편이다. 그리고 만약 예약하지 않았다면 우린 마라도에 들어가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마라도여객선 :: 마라도 가는 여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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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는 섬이다. 그렇기에 마라도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한다. 마라도는 송악산에서 출발하는 <마라도 가는 여객선>과 운진항에서 출발하는 <마라도 정기여객선>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배편은 <마라도 가는 여객선>이 많지만, 한 번 들어가면 나오는 시간까지 결정해야 하는 마라도 여행 특성 상 <마라도 정기여객선>의 시간도 함께 비교하면서 결정하는 편이 좋다. 우리는 점심 짜장면을 마라도에서 해결하고자 했기 때문에 10:50에 송악산을 출발하여 13:20에 마라도에서 빠져나오는 2시간짜리 <마라도 가는 여객선>을 타기로 결정했고, 미리 인원수를 예약해 두었다.
마라도로 가는 배의 이용요금은 성인기준 왕복 19,000원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할인 왕복 티켓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단순 결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전에 매표소로 전화해야 진짜 예약이 종료된다. 다만 우리는 제주도민 할인을 받을 예정인지라 왕복 16,000원에 가능했는데, 이건 어떤 인터넷 할인 티켓보다 저렴해서 현장 결제 예약을 신청했다.
1-2. 높은 파도에 흔들리는 배
여행 당일 아침, 우리는 마라도가 얼마나 인기가 좋은 섬인지를 깨달았다. <마라도 가는 여객선>주변은 한 번에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고, 매표소 주변에는 미리 예약하지 않은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라도는 0.3㎢에 인구수는 140명 안팎인 아주 작은 섬이다. 그런데 200명 정도 탈 수 있는 배가 예약인원으로 꽉 차서 대기인원까지 받고 있었다. 그 작은 섬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예약을 해두었기에 순식간에 절차를 밟고 배에 탑승했다.
제주도에서 마라도까지는 30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마라도까지 가는 동안 마주하는 파도는 심상치 않다. 워낙 거친바다로 유명한지라 멀미를 한다면 꼭 주의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얼른 2층으로 올라가자. 개인적으로 엄청 흔들림에도 큰 멀미 없이 마라도에 도착한 건 2층에 있었기 때문이라 믿는다. 멀미란 움직임에 비해 시각 정보가 바뀌는 게 없을 때 발생하는데, 2층은 움직이는 방향으로 섬들이 하나씩 시야에 들어오고, 가끔씩 파도가 물도 뿌려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면, 2층 후미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깎아내리는 절벽이 매력적인 산방산을 뱃길에서 바라보는 건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에선 산방산뿐만 아니라 송악산은 물론, 가파도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그러니 흔들리는 배 위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마라도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단, 워낙 파도가 많이 치니, 꼭 내리고 나선 카메라 렌즈를 새로 닦아야 한다.
1-3. 자리덕 선착장과 살레덕 선착
마라도로 가는 항구가 송악산과 웅진항 2개인 것처럼, 마라도에 도착하는 선착장도 자리덕 선착장과 살레덕 선착장으로 2개가 있다. 사실 마라도는 워낙 작은 섬이라 놀러 가는 입장에서는 두 선착장이 크게 중요치는 않다. 실제로 두 선착장 사이의 거리는 약 500m 정도 되기에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두 군데에 선착장이 있는 이유는 바람 때문인데, 주로 겨울철에 부는 하늬바람(서풍)일 경우 살레덕 선착장을, 여름철에 부는 샛바람(동풍)일 경우 자리덕 선착장을 이용한다.
우리는 여름이고 샛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자리덕 선착장으로 입항했다. 자리덕 선착장은 '자리돔이 많이 잡히는 가파른 절벽'이라 붙어진 이름이라 한다. 그래서 배가 선착장으로 들어갈 때에는 거대한 해안절벽과 해식동굴을 만날 수 있는데, 이 또한 장관이라 사람들이 얼른 배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남아 사진을 찍어대었다. 어쨌든 절벽 아래에 있는 선착장이기에 51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마라도에 도착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2. 마라도의 긴 들판
2-1. 마라도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
마라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건 여행 목적이다. 입도부터 출도까지 남은 시간은 길어야 2시간, 진득하게 뭔가 하기엔 턱도 없이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애 나가는 배를 더 늦게 하거나 민박으로 다음날까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섬 자체가 워낙 작고 오래 쉴 곳도 마땅치 않아서 제대로 준비하고 온 사람이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짧게 2시간 여행을 선택한다.
그렇기에 마라도는 도착하자마자 제주도로 돌아가는 배편을 걱정하며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한다. 그래서 가능한 목적을 정해서 그것'만' 하기를 권한다. 대부분의 경우 짜장면을 먹고 최남단비에서 사진 찍는 것을 택한다. 물론 일부는 자리덕 선착장에 남아 낚시를 즐길 수도 있고, 별생각 없이 물 멍을 할 수도 있지만, 확실히 마라도 하면 생각나는 것은 '짜장면'과 '최남단비'일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리덕 선착장에서 서쪽으로 향했다. 그곳이 바로 짜장면 거리가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은 조금 달랐다. 우리의 목적은 섬 한 바퀴를 빠르게 도는 것. 그렇기에 오히려 사람이 많이 가지 않는 동쪽길로 발길을 향했다. 참고로 여름에는 샛바람(동풍)이 부니 동쪽으로 돌면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원래 마라도 바람이 이렇게 강력한지, 아니면 이 날 따라 유독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지는 몰라도 시원을 넘어서 피곤할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 향한 곳은 작지끝이다. 작지끝은 '자갈길의 끝'이라는 뜻으로 마라도 가장 북쪽에 있는 곳이다. 그러나 자갈이라고 하기엔 돌들은 조금 커다랬다. 그리고 가장 북쪽에 있어서 그런지 제주도 섬, 특히 산방산이 보이는 곳이어서 뭔가 '끝'이란 느낌도 잘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작지끝이라는 이름과는 많이 다르지만... 뭐랄까 개인적으로 풍경만큼은 마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건너온 거친 바다를 볼 수 있기도 했고, 가파도를 오가는 배를 두 눈으로 볼 수 있기도 했다. 게다가 어렴풋이 보이는 산방산까지...따지고 보면 마라도로 오는 배 후미에서 본 풍경을 다시 보는 것뿐인데, 바다 위에서 보는 것과 섬 위에서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 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목표가 '물 멍'이라면 꼭 한 번 가기를 추천하는 곳이다.
2-2. 살레덕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잠시 멍 때리던 우리는 시간이 촉박함을 느끼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작지끝에서 동쪽으로 쭉 돌면 목적지로 삼을만한 곳은 마라도 등대다. 작지끝에서 마라도 등대까지는 약 800m다. 만약 마라도 서쪽길을 돌고 있다면 800m 안에 굉장히 많은 스팟들이 존재했을 텐데, 동쪽길은 그야말로 긴 들판과 바닷가 옆 산책로가 전부인 허허벌판이었다.
7-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 들판은 마을 소를 키우던 공동목장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잔디밭이었다. 어딜가나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과 오름들이 보이는 제주에서 이런 너른 지평선은 꽤 특별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서인지 목적지인 마라도 등대도 들판 끝에 선명하게 보였다.
우리는 마라도 등대를 가기 위해 잘 닦인 길이 아니라 너른 잔디밭을 마구 헤집어가며 걸었다. 잔디밭에는 중간중간 연못도 있었고,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있었기 때문인데...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려 2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같이 배를 타고 왔는데 놀랄 정도로 텅 빈 들판에 기분이 좋아졌달까? 아마 점심시간과 가까울 때 와서 그런지 대부분 짜장면을 먹으러 간 게 아닐까 싶었다. 덕분에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을 우리가 거의 독점할 수 있었고, 사진쟁이로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2-3. 공사 중인 등대와 항로표지관리소
마라도 등대는 1915년 3월 군사적 목적으로 건립되었다. 당시 일본군이 상주하여 등대를 운영하며 군사 통신 기지로 사용했다고 한다. 마라도 등대는 독립 이후에도 꾸준히 사용되었으며, 배들이 우리나라 쪽으로 들어올 때 마주하는 첫 번째 표지이기 때문에 세계 해도상에 표지 되어 있는 등대다. 그래서 그럴까 관광지 용어로는 그냥 '마라도 등대'라고 표현하는데, 카카오맵에는 '마라도항로표지관리소'라고 적혀있다. 참고로 항로표지관리소는 등대를 포함한 항로표지시설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제주도에는 우도, 마라도, 추자도에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22년 6월 기준으로, 등대는 공사 중이라 제대로 관람할 순 없었다. 사실 공사중이 아니더라도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항로표지시설이기 때문에 뭘 더 얼마나 관람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세계의 유명한 등대 모형과 지도가 등대 앞에 놓여있었는데, 공사 중이 아니었다면 그럴듯한 포토스팟이 되었을 것 같기는 하다.
3. 국토 최남단
3-1. 대한민국최남단비, 사실상 마라도를 가는 이유
사람들이 굳이 굳이 마라도를 가는 이유는 대한민국 최남단을 직접 밟아보고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서일 것이다. 카페야 산방산 근처에 훨씬 더 멋있는 카페가 많고, 경치야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따라갈 수 없다. 등대도 멋있다고 하지만 역사에서도 전시장의 크기에서도 우도등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짜장면이야 뭐... 잘 찾아보면 맛집이야 얼마든지 있을 거다. 그럼에도 한 타임에만 200여 명의 사람들이 마라도에 입도한 것은 역시 이 '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리고 동경 120˚ 16´ 3˝, 북위 33˚ 66´ 81˝. 바로 마라도의 끝자락이자 최남단비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사실 이런 걸 기념하고자 하는 마음은 조금...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대한민국최남단'이라는 문구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왕 마라도에 왔는데 최남단은 밟고 가야지"따위의 말을 들으면 무시할 수는 없을 정도로 무언가 기념할만한 어떤 상징이 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최남단비 앞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소심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사진을 찍으라고 만들어놓은 무슨무슨 비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 산에 올라가면 정상 표지석에서 꼭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는데, 뭐랄까? 개인적으로 그런 취향은 아니랄까? 일단 산의 정상을 즐기는 방법은 내가 정상에 서서 바깥 시선을 즐기는 거지 정상에 올라간 나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하나고, 그거보다 더 큰 이유는 굳이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사진 찍는 나'를 누군가가 기다리는 그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할까?
하지만 단체여행에서는 이런 비석에서 사진찍는 걸 피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 거기다 '최남단비'는 어쭙잖은 비석도 아니라서 도무지 빠져나갈 구석이 없었다. 사람들도 다들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훈훈한 곳이었으니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도 뭔가 최남단비에서 사진을 찍으니 마라도에서 꼭 해야 하는 퀘스트를 달성한 기분이 들긴 했다.
3-2. 느린우체통과 빠른 걸음
최남단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면, 맞은편에서 날 보고 있는 느린우체통이 보인다. 느린우체통은 편지를 넣으면 1년 후에 발송하는 독특한 우체통이다. 일종의 타임캡슐이자 느림의 미학을 상징하는 이 우체통은 2009년 영종대교휴게소에서 처음으로 설치되어 소소하게 유명세를 탔는데, 이젠 '천천히' 혹은 '편지'를 상장하는 관광지에는 꼭 하나씩 있는 필수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마라도의 느린우체통도 섬 속의 섬이고, 또다시 방문하기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점에서 꽤 그럴듯한 우체통이긴 하다. 하지만 내겐, 그리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에겐, 마라도는 여유롭고 느긋한 섬이 아니라, 배편에 맞춰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 주어진 시간 안에 그럴듯한 편지를 쓰고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렇다고 미리 편지를 써 오는 것도 조금 이상하고, 배에서도 파도가 워낙 높아서 글을 제대로 쓸 수 없으니... 뭔가 이런 아이러니함을 가진 우체통이랄까?
4. 성당, 절, 교회
마라도를 둘러보기로 결정했다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성당, 절, 교회다. 갈 곳이 여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뭐랄까, 그나마 있는 랜드마크랄까? 물론 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크게 감흥이 없긴 한데, 일주일에 한 번씩은 종교건물에 가는 사람들에겐 한국 최남단의 성당, 절, 교회는 그 자체로도 상징성이 있을 수도 있고...
4-1. 독특한 모양의 성당
마라도를 동쪽으로, 그러니까 시계방향으로 돌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종교건물은 마라도성당이다. 마라도성당은 2000년 민성기 요셉 신부가 건립했으며, 마라도의 특성상 사제가 상주할 수 없는 곳이라 정확하게 얘기하면 성당이 아니라 경당이라고 한다. 2009년부터 일반 여행객에게 개방하고 있다고 하며, 건물 내부에는 예배당이 마련되어 있어 자유롭게 기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의례에 대해 잘 모르는 내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그 독특한 생김새이다. 마라도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전복과 문어, 소라를 형상화하여 지어졌는데, 그래서인지 뭔가 스펀지밥같은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이 생겼다. 그 독특한 모양 때문에 마라도의 주요 사진스팟 중 하나다. 그와 별개로 내부는 깔끔하고 종교 건물 다운 신성스러움이 느껴지는 것도 특징이다.
4-2. 소원을 비는 사찰
기원정사라는 이름은 불교사상 최초의 사찰 이름으로 석가모니가 설법을 하던 5대 정사 중 하나로, 의지할 곳 없는 이에게 베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마라도의 기원정사는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기원을 담아 1987년 정관스님이 기원정사를 창건하고 해수관세음보살상이 봉안하며 시작되었다. 그러나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센의 영향으로 대웅전 지붕이 날아가고 절이 훼손돼었는데, 이에 2021년 새롭게 신축되었다.
기원정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해수관세음보살상이겠지만, 공간을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소원을 적은 기왓장들이다. 가족건강과 시험 합격, 심지어는 득남과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포부까지 소소한 소원이 적힌 기왓장이 잔뜩 있었는데, 이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었다.
4-3. 수국 꽃이 피어있는 교회
마라도 교회는 1979년 방다락목사님에 의해서 설립된 교회다.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교단에 소속된 교회로 방다락목사가 26년째 목회 사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로 올라가는 길에 수국이 잔뜩 피어있고, 교회 바로 맞은편에도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게 인상 깊은 교회다.
흔한 고정관념이긴 하지만, 산속 높은 곳에 사찰이 있고, 길과 가까운 곳에 교회가 있을 것 같은데, 마라도에서는 가장 안쪽에 있는 교회가 있다. 게다가 일요일이라 그런지 교회에서는 녹음본으로 추정되는 미사 소리가 들려왔는데, 신자가 아닌지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빠르게 내려왔다.
5. 그래서 짜장면은 먹었는가?
5-1. 짬뽕도 먹었다
사실 교회에서 급하게 내려온 이유는 미사를 지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간상 서두른다면 짜장면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료 중에 이렇게 된 이상 꼭 짜장면을 먹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짜장면은 해물톳짜장면 8,000원, 전복해물톳짬뽕 13,000원이다. 양도 그리 많지 않고 가격도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분명 맛은 있었는데 '톳'이 들어갈 정도로 특별하진 않았고, 전복 해물이 많긴 했는데 그렇다고 놀라운 양은 또 아니어서... 솔직히 마라도에 있으니 먹었지 굳이 밖이었다면 먹지 않았을 집이긴 했다. 그렇지만... 뭐랄까... 이게 상징이자 기념이랄까? 마치 최남단비에서 사진을 찍는 것처럼, 퀘스트를 달성한 기분이라 나쁘지는 않았다. 워낙 많이 돌아다녀서 배도 고팠고, 가격이나 양을 생각하지 않으면 충분히 맛도 있었고...
5-2. 다시 자리덕 선착장으로 가는 길
짜장면 거리에서 자리덕 선착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넓은 벌판이었던 서쪽과는 다르게, 하나의 골목길을 따라 양 옆에 건물들이 위치해있었다. 대부분은 민박집이었는데, 그중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가 눈에 띄었다. 마라분교는 신입생이 없어서 7년 휴교하고 있는 학교다. 마라분교는 비양분교와 더불어 재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로, 2016년 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재학생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폐교는 아니라서 제초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고, 놀이시설도 꽤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6. 짧지만 알찬 마라도 여행
만약 누군가가 2시간의 마라도 여행이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아쉬웠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다시 마라도를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2시간의 여행은 분명 아쉬웠지만 충분했다. 최남단비와 짜장면이라는 중요한 퀘스트는 모두 완료했고, 섬을 걸어서 한 바퀴 전부 돌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만약 마라도에 가게 된다면, 그땐 아마 민박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그냥 패키지여행 관광지처럼 둘러보기엔 별로 볼 게 없다. 진짜 낚시를 하든, 템플스테이를 하든 사람들과 떨어진 섬에서 즐길 수 있는 고요한 무언가를 해야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러기엔 2시간은 말도 안 되는 시간이다. 기왕이면 여유롭게 해 질 녘의 작지끝과 해 뜨는 마라도 등대가 보고 싶기도 하고... 뭔가 여유로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아이러니한 섬이랄까? 한동안 내게 마라도는 그런 이미지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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