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제주도

[여행] 제주 동부 : 나만의 스냅 사진 촬영지

웨이들 2022. 6. 7.
모든 걸 간직하고 있었죠
무겁고 먼지 낀 카메라
사소한 미묘한 표정까지
하나 여기 둘 잠깐 셋 자
smile like this
like that

"c a m e r a - 페퍼톤즈" 중


 

여행일자 : 22. 6. 1
정보 전달이 아닌 개인적인 감상을 정리한 글입니다

 

 


 

1. 들어가며 : 브라이덜 샤워

 

친한 직장동료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사진이 취미라 직장에 오픈했던 나는 '브라이덜 샤워'의 사진기사가 되었다.

 

최근에는 신부의 친구들끼리 '브라이덜 샤워'라는 이름으로 스냅사진을 찍는 게 유행인 듯하다. 물론 우린 회사가 제주도에 있어서 어딜 가나 사진을 찍을만한 아름다운 배경이 널려있고, 신부의 친구들이 모두 직장동료이기에 유행이 아니더라도 할 만한 이벤트이기도 했다. 심지어 같은 동료 중 한 명이 매일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취미 사진가라면... 그야말로 안 할 이유가 없는 이벤트다. 

 

어쨌든 '브라이덜 샤워'의 사진기사로서 첫 데뷔를 하게 된 나는, 그동안 갈고닦은 제주도 여행 가이드의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제주 동쪽 지역에 사진스팟들로 동료들을 안내했다. 그리고 취미 사진가이자 취미 블로거인 나는 이번엔 블로그에 그 정보를 공유하려 한다. 

 

하나 아쉬운 점은 사진을 찍을때만 해도 블로그 포스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브라이덜 샤워'를 위해 찍은 사진은 거의 인물사진이라 내 블로그에 사용하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게다가 장소들이 인물사진 찍기 최적화된 곳들이라 풍경만 찍은 사진은 조금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 다음번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인형이라도 하나 들고 가야겠다. 사람만 한 커다란 인형? 한 번 찾아봐야겠다 ㅋㅋ

 


 

2. 제주 동쪽의 사진 스팟들

 

2-1. 함덕해수욕장

 

 

 

 

사실 개인적으로 제주 동부는 사라봉부터 시작이라 생각하기에 사진스팟도 사라봉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과 사진사인 내가 함덕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진 촬영은 함덕에서 시작했다. 조금 더 서쪽에서 시작했다면 곤을동, 삼양해수욕장, 닭머르 정도 더 들렸을 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체력의 문제로 그리 많은 곳을 갈 순 없었으니 실제론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함덕은 사진을 찍을 곳이 참 많은 곳이다. 차로 들어가긴 어렵지만 조용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관곶이나, 벚꽃과 개나리 등 봄에 상당히 아름다운 샘물공원, 빼놓으면 섭섭한 서우봉까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최고는 함덕해수욕장이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서 에메랄드 빛이 나는 함덕해수욕장 특유의 초록초록함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행] 제주 동부 : 나만의 스냅 사진 촬영지 - 2. 제주 동쪽의 사진 스팟들 - undefined - 2-1. 함덕해수욕장
함덕해수욕장 살짝 옆

 

하지만 6월에 함덕해수욕장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사람이다. 물론 부산 해운대처럼 진짜 숨쉴틈 없이 바글바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체로 사람이 적은 제주도에선 꽤 손에 꼽을 정도로 사람이 많은 곳이다. 특히 카페 델문도에서부터 서우봉까지 이어지는 해수욕장 구역은 사람을 피해서 사진 찍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만약 함덕해수욕장에서 편안하게 사진을 찍으려면 저 구역은 피해서 사진을 찍는 걸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코스는 함덕비석거리 쪽 방파제다. 그곳에서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해안선을 따라 즐비한 호텔들과 카페들 그리고 분주한 사람들이 보이는데, 적당히 아웃포커싱해서 찍으면 제대로 피서지에 온 것 같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반면 정면 사진을 찍으면 정말 사람 하나 없는 에메랄드 빛 바다를 찍을 수 있는데, 낮은 방파제에도 알록달록하게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꽤나 매력적이다.

 


 

2-2. 돌하르방 미술관

 

 

 

 

북촌과 동복은 함덕과 김녕 사이에 끼어 있는 조용한 동네다. 그래서 함덕과 김녕의 사진스팟이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이라면, 북촌과 동복의 사진스팟은 대부분 넓은 부지에 매력적인 컨셉을 가진 카페들이다. 예를 들면 장미카페로 유명한 '북촌에가면'이나 동복의 '공백', '바람벽의 흰 당나귀'가 그러하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택한 것은 돌하르방 미술관이다. 이유는 하늘이 너무 맑은 날이라 기왕이면 야외 사진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며, 또 기왕이면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행] 제주 동부 : 나만의 스냅 사진 촬영지 - 2. 제주 동쪽의 사진 스팟들 - undefined - 2-2. 돌하르방 미술관
20년도에 찍은 사진이긴 한데... 크게 바뀌진 않았다

 

해안가에서 아주 살짝 벗어난 돌하르방 미술관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에 비해 사람이 많지 않은 나름 숨겨진 사진스팟이다. 돌하르방 미술관이라고 하면 왠지 엄청 교육적이고 고리타분할 것처럼 느껴지는데, 의외로 요즘 감성에 잘 맞는 힙한 스넵 사진 촬영 장소였다. 물론 돌하르방에 대한 설명 문구나 옛 돌하르방의 모습을 가진 조각사들도 있기는 있었다. 그러나 동화 같은 분위기에 벤치가 놓인 숲길도 있었고, 어린왕자나 피노키오처럼 돌하르방과는 전혀 관련 없는 조각들도 많았으며, 심지어 몇몇 돌하르방은 카메라를 들고 있다거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돌하르방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꽤 재미있는 사진들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다. 

 

심지어는 몇몇 장소에서는 사진을 위해 세팅된 스튜디오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딱 한 광경이 카메라 프레임에 담기고, 조금 더 들어가면 다른 느낌의 광경이 또 카메라 프레임에 담기는 식으로 공간이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형적인 자연풍경 말고 뭔가 독특한 구조물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생각이라면 방문을 추천하는 곳이다. 게다가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한 장소에서 실컷 사진을 찍는 게 그리 미안하지 않다고 해야 하나? 입장료는 관광객 7,000원, 도민 5,000원인데, 스튜디오에 왔다고 생각하고 잔뜩 사진 찍고 가면 그리 아깝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여행] 제주 동부 : 나만의 스냅 사진 촬영지 - 2. 제주 동쪽의 사진 스팟들 - undefined - 2-2. 돌하르방 미술관
돌로 만든 귀여운 여우

 

 


 

2-3. 김녕항-김녕금속벽화마을

 

 

 

 

김녕 바다는 함덕 바다와 또 다르다. 뭔가 함덕은 하얀 모레라면, 김녕은 검은 돌과 초록색 이끼랄까? 정확한 지는 모르겠지만, 내겐 그런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도 김녕해수욕장이 함덕해수욕장보다 돌에 접근하기가 쉽다. 썰물 때도 확실히 돌이 많이 보이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도 이번엔 돌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여행] 제주 동부 : 나만의 스냅 사진 촬영지 - 2. 제주 동쪽의 사진 스팟들 - undefined - 2-3. 김녕항-김녕금속벽화마을
시원하게 뚫려있는 김녕항

 

하지만 개인적으로 김녕에서 더 좋아하는 곳은 김녕해수욕장이 아니라 김녕항과 김녕금속벽화마을이다. 특히 김녕입구교차로에 나 있는 산책로를 아주 좋아하는 편인데, 제주도로 놀러 오는 친구들이 있으면 꼭 한 번쯤은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엔 여기서 사진을 찍진 않았는데, '친구들과 함께 찍는 밝고 화사한 컨셉'과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김녕항과 김녕금속벽화마을은 낮보다는 저녁, 여름보다는 겨울에 더 찾게 되는 해변이다. 사람 없이 쭉 펼쳐진 길, 조금은 차가운 금속 재질은 무언가 쓸쓸하고 적막한 감성을 더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조금 조용하고 우울한 느낌의 스냅을 찍었으면 갔었을 텐데, 워낙 시끄럽고 유쾌한 친구들이라 이번에는 찾아가지 않았다. 

 

[여행] 제주 동부 : 나만의 스냅 사진 촬영지 - 2. 제주 동쪽의 사진 스팟들 - undefined - 2-3. 김녕항-김녕금속벽화마을
21년에 찍은 김녕의 겨울바다

 


 

2-4. 행원 바르게공원

 

 

 

 

김녕을 지나 더 동쪽으로 사진 찍으러 간다면 대부분은 월정에서 사진을 찍을 것이다. 게다가 월정이 아니라 좀 더 지나 행원으로 사진찍으러 간다면 또 대부분은 오저여를 중심으로 한 해안에서 사진을 찍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바닷가 사진은 찍을 만큼 찍었고, 조금은 독특한 곳에서 찍을 생각으로 좀 더 안쪽 길로 향했다. 한 곳 정도는 유명하지 않은 우리만의 숨겨진 사진스팟에서 찍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테니 말이다. 

 

바르게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201번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정말 알기 힘든 곳이다. 올레길로 이어진 곳도 아니고, 해안도로도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카카오맵이나 네이버맵에도 '바르게공원'은 검색되지도 않는다. 대신 행원농공단지 버스정류장을 검색하면 되는데, 행원농공단지 버스정류장도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정말 허허벌판이다. 

 

[여행] 제주 동부 : 나만의 스냅 사진 촬영지 - 2. 제주 동쪽의 사진 스팟들 - undefined - 2-4. 행원 바르게공원
바르게공원 민들레꽃과 큰 나무

 

바르게공원은 뭔가 마을에서 억지로 조성해놓은 것 같은 아주 작은 공원이다. 사진을 찍을만한 곳도 딱 한 곳, 민들레꽃 사이에 거대한 나무와 그 밑의 벤치가 전부이다. 심지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도 않아서 거미줄과 벌레들도 많다. 하지만 민들레가 잔뜩 피는 5월, 정말 아무도 없는 숨겨진 공간에서 사진을 찍겠다면 이곳은 꽤 괜찮다. 각도만 잘 잡는다면 뒤편에 풍력발전기들도 함께 찍을 수 있고, 카메라만 좋다면 버스정류장을 얼핏 보이게 찍을 수도 있는데 그것들 모두 꽤 이국적인 느낌이 들게 만든다. 게다가 몰라서 그렇지 알고 나면 찾아가기도 별로 어렵지 않다. 

 

[여행] 제주 동부 : 나만의 스냅 사진 촬영지 - 2. 제주 동쪽의 사진 스팟들 - undefined - 2-4. 행원 바르게공원
사진찍기엔 바로 옆에 있는 분홍빛 정자도 그렇게 나쁜 건 아니다

 


 

2-5. 한동 좌가연대 가는 길

 

 

 

 

바르게공원 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꽤 숨겨진 곳이다. 다만 여기는 올레길이랑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고, 행원과 한동은 조금만 찾으면 이런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바르게공원만큼은 특별하지 않다. 사실 이런 돌담이 만들어내는 풍경이야말로 제주도 올레길에 알파이니, 제주도 어느 시골이나 잘 찾아가면 만날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여행] 제주 동부 : 나만의 스냅 사진 촬영지 - 2. 제주 동쪽의 사진 스팟들 - undefined - 2-5. 한동 좌가연대 가는 길

 

그러나 이곳에 가장 큰 장점은 차로 들어갈 수 있고 사람이 정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올레길까지는 차로 갈 수 없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러나 올레길인 좌가연대가 아니라 좌가연대 가는 길목까지만 딱 차로 이동한다면, 아주 쉽게 올레길의 정서가 담긴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인지도는 해안에 밀리지만, 낮은 돌담과 높은 나무가 주는 고즈넉한 풍경은 해안 사진과는 또 다른 매력적인 사진을 남겨준다. 

 

여기서는 어떻게 찍어도 뭔가 인디밴드 앨범 아트 같은 사진이 나왔다. 아무래도 시골길과는 어울리지 않은 복장이고, 제주 올레길을 걸은 것 같은 차림새도 아니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그냥 그런 사진을 찍자라고 생각하니 놀랄 정도로 매력적인 사진이 나왔다. 그래도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서, 기왕이면 정말 올레길을 걸으면서 스냅을 찍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긴 했다. 좀 사기 치는 기분?

 


 

3. 나가며 : 더 사진 찍을 곳은 많은데!!

 

함덕에서 세화까지 이어지는 긴 길은 내 출퇴근 길이기도 하다. 보통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체력이 좋은 날에는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그래서 그럴까? 고작 5곳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다양한 사진스팟이 여전히 눈에 아른거린다. 북촌에 창꼼바위, 구좌에 숨비소리 꽃동산, 지경곰이랑 구좌체육관...

 

그런데 막상 사진첩을 열어보면 출퇴근길에 찍은 사진은 그리 많지 않다. 정신없이 출근하고 지쳐서 퇴근하는 직장인에게 '출퇴근'이라는 게 즐겁게 사진 찍으며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를 처음 구입한 건 분명 익숙한 곳에 풍경을 색다르게 남기고 싶어서이다. 그러니 이젠 출퇴근 길에 사진을 좀 더 자주 찍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번에 사진 찍은 다섯 곳도 분명 계절마다 그리고 시간마다 다른 분위기를 줄 거다. 그런 걸 놓치지 않는 거, 이거야 말로 제대로 된 제주 라이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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